- 서 시장, 런던 등서 러브콜
- 다국적銀 '실익 적다' 외면
- 금융중심지 환골탈태 필요
- 문현·북항개발지 특구 지정
- 조세·부담금 감면 법제화
- 연관 비금융산업까지 지원
- 과감한 중장기 대책 마련
-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지난해 11월 서병수 부산시장과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영국 여왕에 이어 의전서열 2위로 런던의 금융서비스를 대표하는 제프리 마운트에번스 금융특구시장을 만나 영국 금융기관의 부산 유치를 부탁했다. 로이즈사와 버드앤버드사도 직접 찾아가 한국지사 설립 시 부산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제프리 마운트에번스 시장이 부산을 찾아 두 도시의 경제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부산의 외국 민간금융기관 유치 실적은 사실상 없다. 테러와 대량 살상무기에 사용되는 자금 조달 방지 등을 전담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교육연구기관(TREIN·Training and Research Institute)이 오는 20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문을 열지만, 일반 금융기관과는 성격이 다르다.
■민간 금융기관 유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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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 상품거래소 전경 |
민간금융기관이 부산을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싱가포르, 홍콩 등 글로벌 금융도시와 비교해 부산에 지사를 세울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적은 탓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경제계 등에서는 금융중심지를 넘어 부산이 글로벌 해양·파생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문현금융단지와 북항개발지를 합해 금융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3년 12월 금융중심지 조성·발전을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했다. 2007년 12월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8년 8월 제1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9년 1월 드디어 서울과 부산을 국내 2대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기존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금융공기업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외 민간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센티브는 없다. 법인세 혜택 대상은 지역 내 창업 또는 사업장을 신설하는 금융·보험업 등의 금융기관으로 제한돼 있다. 혜택 부여 기간도 5년(최초 3년간 면제 이후 2년간 50% 감면)에 불과하다.
또 현행 금융중심지법은 금융위원회 고시 및 부산시 조례에 의한 지원 정책에 머물러 외국 금융기관 유치에 한계가 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 육성에 필요한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정책의 동력과 진정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는 금융위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와 협업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는 단순히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반적인 행정제도가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는 특별한 정책수단으로써 금융특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특구는 국가의 금융산업 발전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전략 목표에 맞게 차별화되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특구는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불꽃 튀는 경쟁이 불가피해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에 우위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금융특구 정책의 추진력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중심지법을 대신하는 새로운 금융특구법을 제정해야 한다.
부산시는 금융특구법을 제정해 부산시-정부-정치권-시민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의하고 상호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경우, 두바이 금융자유구역법을 통해 50년간 소득세를 감면하고 자본·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허용하고 있다. 부산시도 특구 내 금융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금융특구법에 '조세 및 부담금 감면조항'을 신설해 지원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과감한 중장기 세제 지원 대책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지원조직서 추진조직으로
금융특구법의 핵심은 현행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능을 추진조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금융중심지의 글로벌화를 위한 실질적인 추진주체로 행정기구인 금융특구청을 신설해야 한다. 금융특구청은 정부 직제에 포함해 행정지원 중심에서 정책이행 중심의 실무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종합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일본은 총리가 위원장인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국내도 새만금사업법은 새만금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운영 중이다. 금융중심지위원회를 금융특구위원회로 변경해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위원회는 특구지정, 종합계획 등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금융특구청이 신설되면 ▷법인세·소득세·관세·취득세 등 조세와 개발부담금·보전부담금 등 부담금 감면 또는 면제 ▷금융특구 내 창업 또는 사업장 신설 기업으로 제한된 감면대상을 이전 기업으로 확대 ▷신용조사·법률·컨설팅·IT 등 연관 비금융산업까지 확대 ▷금융기관, 연관산업기관 유치를 위해 토지 등의 임대료 및 교육시설 등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 마련이 가능하다.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 황삼진 센터장은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글로벌 금융도시를 만들려면 글로벌 수준의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부산은 실질적인 기능 면에서 다른 글로벌 금융도시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국내외 민간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부산에 모일 수 있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금융특구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펀드 등 후선업무 발전에 필수
- 예탁원 등 특구법 제정 촉구
부산금융중심지의 백오피스(후선업무) 부문 발전을 위해서도 금융특구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이 금융공기업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에 초점을 뒀던 만큼 이제는 특구 지정을 통해 국내외 민간 금융기관 유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사업계획에 펀드산업 중심의 백오피스 특화전략을 바탕으로 부산금융중심지 미래전략 수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올초 부산경제진흥원과 공동으로 부산금융중심지의 백오피스(후선업무) 부문 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진행한 '부산금융중심지 펀드산업 특화전략' 연구 용역 결과, 부산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현금융단지를 금융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산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발전하려면 현재의 금융중심지법으로는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 법인세 일부 감면을 제외하고는 없다. 부산시 조례에 따른 지원 정책도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파생·선박·해양 및 후선업무 등 특화부문의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두 기관은 금융특구법을 제정해 부산이 국제적인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추진 동력과 재정을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려면 제주도특별법과 같은 명시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